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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F 개요
마우비세(Maubisse)행을 뒤로 미루고, 아타우루섬(Atauro Island)으로 행선지를 변경했다. 딜리항에서 매주 토요일 오전 9시, 단 한 차례 아타우루행 배가 운항한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사실 아타우루행 선박 운항에서는 세 가지 옵션이 여행자에게 주어진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나크로마 페리(Nakroma Ferry)를 타는 것, 다른 하나는 매주 목요일부터 월요일까지 하루에 한번 드래곤 스타 선박회사(Dragon Star Shipping)에서 운항하는 쾌속선 패스트 페리(Fast Ferry)를 타는 것, 마지막 하나는 요일이나 시간에 상관없이 선장을 포함한 개인용 배를 빌려 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현지인들은 첫 번째 옵션에, 여행자들은 두 번째 옵션에 몰린다. 토요일 오전 나크로마 페리를 타고 섬에 들어가 이틀 밤을 보낸 뒤 월요일 오후 패스트 페리를 타고 딜리로 돌아오는 일정을 세웠다. 두 가지 옵션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완벽한 계획이다.
그러나 계획은 또 다시 변경되었다. ‘일찍 서두르면 당일에도 표를 구할 수 있다’는 호스텔 직원의 말과 달리, 딜리항 입구에 도착하자 출입문 주변을 에워싼 인파가 여행자를 먼저 반겼다. 나크로마 페리 티켓이 이미 동이 났다는 선박회사 관계자의 말에도 인파는 전혀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수는 더 늘어났다. 상황을 보아하니 인파에 섞여 무턱대고 기다려봤자 닫힌 출입문을 여는 건 불가능해 보였고, 저만치 ‘드래곤, 드래곤’을 외치는 목소리에서 구원을 기대하는 게 어쩌면 현명한 선택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여행자의 손에 두 번째 옵션카드가 쥐어졌다. 나크로마 페리보다 티켓 가격이 2배가 넘는 패스트 페리는 정시 출항과 입항, 1시간만에 주파하는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막바지 탑승을 마친 몇몇 현지인들까지 모두 착석하자 배는 드디어 돛을 올렸다. 얼마 안가 요란한 엔진소리가 고요한 동티모르의 바다를 가로지른다. 바쁠 것 하나 없는 이 푸른 바다를 배는 서둘러 지나친다. 최신식은 늘 그렇듯 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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